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트레일 러닝을 해본 날이 있습니다. 낙동강 변 아스팔트 코스만 달리다가 상주 근처 야산 흙길을 달려본 날이었어요. 러닝 모임 분이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같은 달리기인데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습니다. 5km밖에 안 달렸는데 평소 10km보다 더 지쳤어요. 처음 트레일을 달렸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아스팔트에서 달리다가 흙길로 들어서는 순간 발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면이 고르지 않아서 발이 착지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각도로 닿았어요. 발목이 자잘하게 흔들리면서 그걸 잡아주는 근육들이 평소와 다르게 사용됐습니다. 오르막이 나왔을 때가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낙동강 변은 평지라서 오르막을 거의 달려본 적이 없었거든요. 경사가 10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숨이 금방 차올랐..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장거리 달리기 중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라톤 훈련 중 25km를 달리던 날이었는데 18km 지점에서 갑자기 다리가 무거워지면서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어요.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에너지 젤을 꺼내 먹었습니다. 5분 뒤에 다시 달릴 수 있었어요. 그날 에너지 보급이 달리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에너지가 바닥나는 현상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달리기에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는 현상을 보닝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hitting the wall이라고도 하는데, 마라톤 30km 전후에서 많은 러너들이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고갈되면서 몸이 갑자기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지는 거예요. 글리코겐..
달리기를 시작하고 6개월쯤 됐을 때 처음으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러닝 모임에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분이 5km를 목표로 하는데 같이 달려줄 수 있냐는 거였어요. 그분의 페이스에 맞춰 달리는 게 저한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가볍게 수락했는데 그날 알게 된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내 페이스보다 느리게 달리는 게 이렇게 어려웠습니다 그분 페이스가 km당 8분이었습니다. 제 평소 페이스보다 2분 가까이 느렸어요. 처음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느리게 달리는 게 생각보다 어색하고 힘들었어요. 보폭을 억지로 줄이고 케이던스도 낮추다 보니 자세가 어색해졌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에서 균형을 잡으려니 허리가 더 긴장되는 느낌이었어요. 케이던스를 ..
달리기를 하면서 무릎이 아픈 날이 있었는데 쉬어야 할지 그냥 달려야 할지 판단이 안 됐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참고 달렸다가 부상을 키운 적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 조심하다가 불필요하게 오래 쉰 적도 있었어요. 달리기를 1년 넘게 하면서 통증이 왔을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참았습니다 100일 챌린지를 하는 동안에는 통증이 와도 웬만하면 달렸습니다. 챌린지를 이어가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거든요. 무릎이 시큰거려도 처음 1~2km를 버티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게 나아진 게 아니라 몸이 통증에 무뎌진 거였습니다. 그렇게 계속 달리다가 13번 글에서 다뤘던 무릎 통증이 왔습니다. 부위별로 원인이 다른 세 가지 무릎 통증을 차례로 겪었는데, 돌이켜보면 초기에 제대..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체중 말고 다른 수치를 신경 쓰게 된 게 혈압이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 날이 있었어요. 130/85mmHg였는데 정상 범위인 120/80mmHg를 넘어선 수치였습니다. 의사가 생활 습관을 바꿔보라고 했고, 그 시점이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쯤 됐을 때였어요. 6개월 뒤 다시 검진을 받았을 때 수치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혈압이 높게 나왔던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처음엔 당황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에도 혈압이 높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 폐업 후 스트레스가 줄었으니 나아졌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근데 오히려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어요. 찾아보니 혈압은 스트레스 외에도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줍니다. 나트륨 섭취량, 체중, 운동 습관,..
달리기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야간 달리기를 해봤습니다. 평소 아침이나 저녁 6시에 달리던 루틴을 벗어나 밤 9시에 나간 날이었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낮에 달리기를 못 했는데 그냥 하루를 비우기 싫었습니다. 나가보니 낮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요. 처음 야간 달리기를 해본 날 밤 9시에 낙동강 변으로 나갔습니다. 여름이었어요. 낮에는 뜨거워서 달리기 어려운 날씨였는데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서 달리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가로등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낮처럼 환하지 않아서 처음엔 어두운 느낌이 낯설었어요. 달리기 시작하고 1km쯤 됐을 때 뭔가 다른 걸 느꼈습니다. 낮에는 자전거, 보행자, 어린이들로 붐비던 코스가 한적했어요. 가끔 멀리서 다른 달리기하는 분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발소리와 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