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트레일 러닝을 해본 날이 있습니다. 낙동강 변 아스팔트 코스만 달리다가 상주 근처 야산 흙길을 달려본 날이었어요. 러닝 모임 분이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같은 달리기인데 완전히 다른 운동이었습니다. 5km밖에 안 달렸는데 평소 10km보다 더 지쳤어요.
처음 트레일을 달렸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아스팔트에서 달리다가 흙길로 들어서는 순간 발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면이 고르지 않아서 발이 착지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각도로 닿았어요. 발목이 자잘하게 흔들리면서 그걸 잡아주는 근육들이 평소와 다르게 사용됐습니다.
오르막이 나왔을 때가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낙동강 변은 평지라서 오르막을 거의 달려본 적이 없었거든요. 경사가 10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숨이 금방 차올랐어요. 30m도 안 올라갔는데 허벅지 앞쪽이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리막은 더 어려웠습니다. 오르막은 힘들어도 뭘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겠는데, 내리막은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 몰랐어요. 평소처럼 달리다가 미끄러질 뻔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무릎에 제동이 걸리는 느낌도 평소와 달랐어요.
5km를 달리고 나서 평소와 다른 부위들이 아팠습니다. 발목 주변 근육, 허벅지 안쪽, 엉덩이 근육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사용됐더라고요. 다음 날 근육통도 달렸어요.
트레일 러닝이 일반 달리기와 다른 이유
집에 돌아와서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찾아봤습니다.
트레일 러닝은 평지 달리기와 비교해서 훨씬 많은 근육을 동원합니다. 고르지 않은 지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달리기 때문에 발목 안정근, 종아리 근육, 허벅지 안쪽 내전근, 엉덩이 근육이 평지보다 훨씬 많이 활성화됩니다. 평지 달리기에서 주로 쓰지 않던 소근육들이 동원된다는 거예요. 연구에 따르면 트레일 러닝이 평지 달리기보다 근육 활성화 정도가 30% 이상 높다고 합니다(출처: Journal of Sports Sciences).
오르막 달리기는 심폐 기능에 급격한 자극을 줍니다. 같은 속도로 달려도 오르막에서는 심박수가 평지보다 10~20회 높게 유지됩니다. 그 자극이 심폐 기능 향상에 효율적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강한 훈련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지면이 부드러워서 관절에는 평지보다 충격이 덜합니다. 아스팔트는 충격을 그대로 관절로 전달하지만 흙길은 지면이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합니다. 무릎 관절에 문제가 있는 러너들이 트레일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트레일 러닝을 더 잘하기 위해 바꾼 것들
그 이후로 트레일 러닝을 月 1~2회 정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 묘미를 알게 됐어요. 트레일을 잘 달리기 위해 바꾼 것들이 있습니다.
시선 처리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평지에서는 앞 2~3m를 보면서 달리면 됐는데, 트레일에서는 4~5m 앞을 미리 보면서 발 디딜 곳을 예측해야 합니다. 돌, 나뭇가지, 젖은 흙 같은 장애물을 미리 파악하고 착지 위치를 조절해야 해요. 처음엔 발만 보고 달렸는데 그러면 오히려 더 넘어지기 쉬웠습니다.
오르막 걷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트레일 러닝에서 오르막을 걷는 건 전략이지 포기가 아닙니다.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을 억지로 달리면 심박수가 너무 올라가서 이후 구간에서 무너집니다. 모임 분이 "엘리트 트레일 러너들도 가파른 오르막은 걷는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어요.
내리막에서 보폭을 짧게 하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뒤로 젖히면 미끄러지기 쉽고, 앞으로 기울면 자연스럽게 발 앞부분부터 착지하게 되면서 제동이 줄어듭니다. 처음엔 무서워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습관이 있었는데, 의식적으로 앞으로 기울이면서 내리막이 안정됐습니다.
트레일 러닝이 평지 달리기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트레일을 한 달에 한두 번 달리면서 평지 달리기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발목이 안정됐습니다. 트레일에서 자잘한 지면 변화에 대응하는 훈련이 된 덕분에 평지에서 발이 흔들리는 일이 줄었어요.
코어 근육이 강해진 느낌도 있었습니다. 트레일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달리다 보니 복부와 허리 안정근이 평소보다 더 많이 사용됐고, 그게 평지 달리기 자세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달리기가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낙동강 변을 매번 달리다 보면 지루해지는 날이 있는데, 트레일을 한 번 다녀오면 다시 낙동강 변이 새로워 보이더라고요. 환경이 달라지면 달리기 자체가 리셋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트레일 러닝 시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훈련과 러닝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달리기 에너지 젤, 18km에서 처음 써보고 알게 된 것들 (0) | 2026.07.24 |
|---|---|
| 처음 페이스메이커가 된 날, 남의 달리기를 도우면서 배운 것들 (0) | 2026.07.23 |
| 야간 달리기 처음 해본 날, 낮과 완전히 달랐던 것들 (0) | 2026.07.20 |
| 달리기 케이던스, 발걸음 수를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들 (0) | 2026.07.16 |
| 달리기 전 워밍업, 안 하고 나갔다가 후회한 경험 (0) |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