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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GPS워치 숫자에 너무 매달려서 오히려 러닝이 스트레스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매번 뛸 때마다 페이스 숫자만 보다가, 정작 그날 몸 상태는 제대로 못 챙겼던 시기였습니다.

     

    숲길에서 흔들리는 페이스 숫자에 자책했습니다

     

    가장 크게 흔들렸던 건 산길이나 나무가 우거진 구간을 뛸 때였습니다. 낙동강변 코스 중 다리 밑을 지나거나 나무가 빽빽한 구간에서는 페이스가 갑자기 킬로미터당 1분 넘게 느려졌다가, 트인 곳으로 나오면 다시 빨라지는 걸 반복해서 겪었습니다.

     

    처음엔 제 체력이 그새 왔다 갔다 하는 줄 알고 자책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나무가 우거진 지형이나 골짜기처럼 위성 신호가 가려지는 구간에서는 GPS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급격한 커브가 많거나 하늘이 가려진 구간에서는 오차 범위가 3에서 6퍼센트까지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그동안 순간 페이스 숫자에 일희일비했던 게 무의미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같은 날 다른 워치 두 개를 동시에 차고 뛰어본 적도 있습니다. 같은 코스, 같은 시간에 뛰었는데도 두 워치가 표시한 거리가 100m 넘게 차이 나는 걸 보고 조금 허탈했습니다. 그 뒤로는 어느 워치가 더 정확한지 따지기보다, 같은 워치로 꾸준히 기록해서 상대적인 변화 추이를 보는 게 더 의미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순간 페이스보다 구간 평균이나 전체 기록을 더 신뢰하게 됐습니다. 1km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에 반응하는 대신, 5km 또는 10km 단위로 끊어서 평균 페이스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쪽으로 습관을 바꿨습니다. 거리 자체는 페이스보다 상대적으로 오차가 적다는 이야기를 보고, 특히 숲이 우거진 구간에서는 페이스보다 거리와 전체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됐습니다. GPS 숫자와 몸으로 느끼는 체감 강도가 다르다고 느껴질 땐, 이제는 숫자보다 제 호흡과 다리 느낌을 더 믿습니다.

     

    몇 달 치 기록을 나란히 놓고 보는 재미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좋았던 점도 분명 있었습니다. 몇 달 치 기록을 쭉 펼쳐놓고 보니 제가 어떤 요일에 페이스가 잘 나오는지, 어떤 날씨에 유독 힘들어하는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과 이번 달 같은 코스 기록을 나란히 비교해보는 것도 동기 부여가 많이 됐습니다.

     

    지난주보다 조금이라도 빨라졌거나 같은 페이스로 더 편하게 뛰었다는 걸 숫자로 확인할 때의 만족감은 확실히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감으로 넘어갔을 컨디션 변화를 이제는 데이터로 뒷받침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닝 앱에 저장된 옛날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됐습니다. 처음 5km를 완주했던 날의 페이스와 지금 페이스를 비교해보면, 그때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던 속도가 지금은 워밍업 페이스 정도라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교가 힘든 훈련을 이어갈 때 은근히 큰 동기가 됩니다.

     

    화면을 덜 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숫자에 매몰되는 부작용도 겪어봤기 때문에 지금은 나름의 규칙을 정해뒀습니다. 워치 화면에는 페이스, 거리, 심박수 정도만 띄워두고, 나머지 세부 지표는 뛰고 난 뒤 앱에서 따로 확인합니다.

     

    뛰는 동안 화면을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오히려 호흡이 흐트러지고 자세도 무너진다는 걸 몇 번 겪고 나서 바꾼 방식입니다. 케이던스도 관심 있게 보는 지표 중 하나인데, 페이스가 아니라 보폭과 회전수의 균형을 보는 용도로만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룹으로 함께 뛰는 러닝 크루 활동을 할 때도 데이터가 도움이 됐습니다. 각자 워치로 기록한 페이스와 거리를 나눠보면서 서로 훈련 강도를 맞추기가 훨씬 수월해졌고, 누가 어떤 구간에서 힘들어했는지도 기록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 소재가 됐습니다.

     

    가장 크게 바뀐 태도는 계획했던 경로를 못 지켰을 때의 반응입니다. 예전엔 목표 거리를 못 채우면 실패한 러닝이라고 여겼는데, 지금은 GPS가 튀거나 경로를 살짝 벗어났어도 어쨌든 그만큼 뛴 건 뛴 거라고 받아들입니다. 데이터는 참고 자료일 뿐, 그날 실제로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GPS워치를 여전히 매일 차고 나가지만, 화면 속 숫자보다 몇 달 치 기록을 돌아볼 때 더 큰 의미를 느낍니다. 숫자에 쫓기던 러닝에서, 숫자를 참고하며 뛰는 러닝으로 바뀐 게 저한테는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GPS가 없던 시절 러너들은 감각과 랜드마크만으로 페이스를 조절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데이터를 보조 수단으로 쓰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러닝 데이터 관련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 https://run247.com/guides/what-affects-gps-accuracy-during-trail-ru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