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간 날이 있습니다. 100일 챌린지가 끝나고 두 달쯰 지난 시점이었어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하프는 가볍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회라는 환경 자체가 훈련과 다르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몸으로 배웠습니다.
대회 당일 아침부터 달랐습니다
출발지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풀코스 마라톤 때와 비슷한 규모인데도 그날따라 더 복잡하게 느껴졌어요. 출발 대기 구역에 서있는데 옆 사람들이 다들 준비가 잘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됐어요.
출발 신호가 울리고 처음 1km를 너무 빨리 달렸습니다. 주변 사람들 페이스에 휩쓸린 거였어요. 평소 훈련 페이스가 km당 6분 10초인데 그날 첫 1km를 5분 20초에 달렸습니다. 아드레날린과 군중 효과가 맞물리면서 몸이 멋대로 빨라진 겁니다.
예상한 대로 4km 지점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찼어요. 10km를 지나면서 페이스를 강제로 낮췄는데 이미 초반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버린 상태였습니다. 마지막 3km는 정말 힘들었어요. 완주는 했지만 기록이 예상보다 8분이나 늦었습니다.
대회와 훈련이 다른 이유
그날 경험을 정리하면서 대회 환경이 훈련과 왜 다른지 찾아봤습니다.
군중 효과가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사람들이 빠르게 달리는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페이스가 올라가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이라고 합니다. 혼자 달릴 때와 달리 주변의 자극이 신체 각성 수준을 높이고, 그 결과 평소보다 빠르게 달리게 됩니다. 대회 초반 오버페이스가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출처: Journal of Sport and Exercise Psychology).
아드레날린 분비도 영향을 줍니다. 대회라는 긴장된 환경에서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시작됩니다. 같은 페이스로 달려도 심박수가 더 높게 유지되는데, 초반에 이걸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달리면 중반 이후에 무너집니다.
낯선 코스도 변수였습니다. 평소 달리던 낙동강 변이 아니라 처음 달리는 코스였어요. 어느 지점에서 오르막이 있는지, 어디서 수분 보충이 되는지 몰랐습니다. 익숙한 코스에서는 자동으로 에너지를 배분하는데 낯선 코스에서는 그게 안 됐습니다.

두 번째 대회에서 바꾼 것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 준비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목표 페이스를 손목에 적고 나갔습니다. 숫자를 눈으로 계속 확인하면서 주변 사람들 페이스에 휩쓸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출발 후 첫 1km를 의도적으로 느리게 달렸어요. 목표 페이스보다 10초 느리게 시작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코스 사전 답사를 했습니다. 대회 2주 전에 코스를 한 번 달려봤어요. 오르막 위치, 수분 보충 지점, 힘든 구간이 어디인지 미리 파악했습니다. 이게 실제 대회에서 에너지 배분에 도움이 됐어요.
대회 날 아침 루틴을 정했습니다. 기상 시간, 식사 메뉴, 출발 전 워밍업 방식을 훈련 때와 최대한 동일하게 가져갔습니다. 낯선 변수를 줄이는 게 긴장을 낮추는 방법이었습니다.
출발 구역에서 앞쪽에 서지 않기로 했습니다. 빠른 선수들 뒤에 서면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따라가게 되는데, 본인 페이스 구역에 맞게 서는 것만으로도 초반 오버페이스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하프마라톤 결과
두 번째 하프마라톤에서 첫 번째보다 11분이 빨랐습니다. 기록이 좋아진 것보다 달리는 내내 페이스 조절이 됐다는 게 더 만족스러웠어요. 처음으로 마지막 3km를 전반보다 빠르게 달리는 네거티브 스플릿을 경험했습니다. 네거티브 스플릿이란 후반부를 전반부보다 빠르게 달리는 전략인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했을 때 가능한 달리기 방식입니다.
첫 번째 대회의 실패가 두 번째 대회를 만든 거였습니다. 처음부터 잘 달리는 것보다 한 번 망가지고 나서 왜 망가졌는지 알게 되는 게 더 오래가는 배움이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20851308/half-marathon-race-tips/
'마라톤 도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달리기 100일 챌린지 후기, 끝나고 나서 달라진 것들 (0) | 2026.07.08 |
|---|---|
| 목표 없이 달리기, 92일째에 알게 된 기록보다 중요한 것 (0) | 2026.06.28 |
| 혼자 달리기 vs 같이 달리기, 36일째에 알게 된 차이 (0) | 2026.06.28 |
|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등록부터 완주까지 4개월 (0) | 2026.06.24 |
| 처음 5km 완주하던 날 샤워하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0) | 202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