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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던 날, 손이 떨렸습니다. 100일 챌린지를 하면서 5km, 10km, 15km까지는 어떻게든 달렸는데 42.195km는 완전히 다른 영역처럼 느껴졌어요. 신청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그날부터 대회까지 4개월, 그 시간이 어땠는지 정리해봅니다.
등록하고 나서야 진짜 시작됐습니다
신청을 마치고 나니 막연한 두려움이 구체적인 압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언젠가 마라톤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등록비를 내고 대회 날짜가 정해지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가장 먼저 한 건 훈련 계획표를 찾는 거였습니다. 16주 완성 계획표를 다운로드받았는데 보자마자 압도됐습니다. 주중에 세 번, 주말에 한 번 장거리, 매주 거리가 늘어나는 구조였어요. 이전 글에서도 다뤘지만 이 계획표를 그대로 따라가다가 무릎이 아팠던 적이 있어서, 이번엔 제 몸 상태에 맞게 조정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 달은 기존에 하던 거리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5월의 큰 변화는 장거리 훈련을 넣은 거였습니다. 토요일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롱런을 시작했어요. 첫 롱런이 15km였는데 평소보다 5km를 더 달리는 거라 끝나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20km를 넘긴 순간 알게 된 것
대회 8주 전, 처음으로 20km를 넘겨봤습니다. 그날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몸의 문제보다 머리의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18km쯌부터 다리는 멀쩌멀쩌했는데 머릿속에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어요.
에너지 보급의 중요성도 그때 제대로 알았습니다. 15km까지는 보급 없이 버틸 수 있었는데 20km를 넘기면서 에너지젤을 안 챙긴 날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45분마다 에너지젤을 먹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장거리 훈련 중 신발과 양말 선택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처음 20km를 달렸을 때 새 양말을 신었는데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습니다. 마라톤화도 평소 신던 신발보다 가벼운 모델로 바꿨는데 그 적응 기간도 따로 필요했습니다.

대회 2주 전, 테이퍼링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테이퍼링이란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전략을 말합니다. 이걸 모르고 대회 직전까지 풀로 훈련했다면 대회 날 다리가 무너졌을 거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대회 2주 전부터 훈련 거리를 60% 수준으로 줄이고, 1주 전부터는 40% 수준으로 더 줄였습니다.
이 기간이 의외로 더 불안했습니다. 훈련량을 줄이니까 몸이 둔해지는 것 같고 컨디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이게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믿고 버텼습니다. 실제로 대회 날 다리가 가벼웠던 걸 보면 테이퍼링이 효과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대회 당일,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대회 날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너무 일찍 깨서 그런지 속이 비어있는 느낌이었고, 평소 먹던 아침 메뉴로 식사를 했는데도 이상하게 긴장이 됐습니다. 출발선에 서니까 그동안의 훈련이 다 떠올랐어요.
초반 5km는 너무 빨리 달렸습니다. 흥분한 상태로 시작해서 평소 페이스보다 빠르게 나갔는데, 나중에 이게 큰 실수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21km 지점, 절반을 지났을 때 다리가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30km 지점에서 진짜 위기가 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벽에 부딫혔는데, 다리가 더 이상 안 움직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구간을 버틴 건 훈련 중 배운 것들이었습니다. 페이스를 낮추고 에너지젤을 먹고 복식호흡으로 바꿨습니다. 35km쯔음부터 다시 조금씩 페이스가 돌아왔어요. 마지막 2km는 정신력만으로 버텼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4시간 47분. 빠른 기록은 아니었지만 완주했다는 사실이 모든 걸 덮었습니다. 폐업 후 시작한 100일 챌린지가 마라톤 완주로 이어진 거예요. 그 자리에서 다음 마라톤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마라톤 도전 전 건강 상태를 확인하시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20853508/first-marathon-training-pl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