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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아침, 운동화 끈을 묶다가 멈춘 적이 있습니다. 창밖에 빗소리가 들리는데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100일 챌린지를 하면서 이 고민을 수십 번 했습니다. 처음엔 무조건 나갔다가 낭패를 본 날도 있었고, 괜히 집에 있다가 후회한 날도 있었습니다.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기준이 생겼습니다.

    비 맞으며 달렸다가 다음 날 앓아누운 날

    100일 챌린지 초반이었습니다. 비가 꽤 내리는데도 비쯤이야라는 생각에 그냥 나갔습니다. 면 티셔츠에 일반 반바지 차림으로요. 낙동강 변을 5km 달리고 돌아오는데 옷이 완전히 젖어서 무거웠고, 집에 들어와서 바로 따뜻한 물로 씻었는데도 그날 저녁부터 오한이 왔습니다. 다음 날 몸살 기운에 이틀을 쉬었어요.

     

    비 맞으며 달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젖은 상태로 오래 있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게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 마찰을 일으키고, 체온이 내려가면 면역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여름 빗속 달리기는 체온 문제가 덜하지만 봄가을 쌀쌀한 날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출처: Runner's World).

     

     

    자전거를 탈 때도 비 오는 날 장거리 라이딩 후 체온이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달리기에서는 왜 그걸 무시했는지 지금도 의아합니다. 거리가 짧으니까 괜찮겠지 싶었던 게 문제였습니다.

     

    비 오는 날 달려도 되는 조건

    그 이후로 기준을 세웠습니다. 나가기 전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기온이 15도 이상인지 먼저 봅니다. 여름 소나기는 오히려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서 괜찮습니다. 열기가 식어서 평소보다 페이스 유지가 쉬운 날도 있어요. 문제는 봄가을 쌀쌀한 날 비입니다. 기온이 낮은데 젖으면 체온이 빠르게 내려갑니다. 10도 이하에서 비를 맞으며 달리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빗줄기 세기도 봅니다. 이슬비나 가벼운 빗속 달리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근데 폭우 수준이면 노면이 미끄럽고 시야가 좁아져서 낙상 위험이 있습니다. 자전거 탈 때 빗속 급제동이 위험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특히 낙동강 변처럼 자전거와 함께 쓰는 길에서는 빗속 미끄러운 노면이 더 위험합니다.

     

    장비가 준비됐는지도 확인합니다. 방수 기능이 있는 바람막이 하나, 챙이 있는 모자 하나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젖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빗물이 얼굴로 흘러내리는 걸 막아주는 것만으로 집중력이 유지됩니다. 모자 하나가 빗속 달리기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걸 직접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비 오는 날 달리면 생기는 예상 밖의 장점

    몇 번 경험해보니 비 오는 날 달리기가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낙동강 변 길이 한산합니다. 평소에 자전거와 보행자로 붐비던 구간이 비 오는 날은 거의 비어 있어요. 내 페이스대로 달릴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옆에서 쌩쌩 지나가는 자전거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사람을 피해 지그재그로 달릴 필요도 없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숨이 더 찰 것 같은데 실제로는 기온이 내려간 덕분에 심박수가 평소보다 낮게 유지됐습니다. 더운 날 같은 거리를 달리는 것보다 오히려 편한 날도 있었어요. 땀도 덜 나고 더위에 지치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비 맞고 달렸다는 자체가 심리적으로 뿌듯했습니다. 날씨 때문에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게 자신감을 줬어요. 100일 챌린지를 하면서 그 뿌듯함이 꽤 중요한 동력이 됐습니다. 어떤 날씨에도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달리기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은 집에 있는 게 맞습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은 무조건 집입니다. 낙뢰 위험은 실제로 있고, 개활지인 강변 달리기는 더 위험합니다. 자전거도 천둥번개 때는 타지 않는 것처럼 달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풍이 동반된 날도 쉬는 게 낫습니다. 빗속 달리기보다 바람이 더 체온을 빼앗습니다. 상주에서 겨울 강풍을 맞으며 달리다가 귀가 얼어붙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면 체감 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아지거든요. 그날 이후로 강풍 날은 실내에서 대체 운동을 합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은 날 비까지 오면 그냥 쉬는 게 맞습니다. 비 오는 날 달리기는 이미 약해진 몸에 추가 부담을 주는 상황입니다. 하루 쉬는 게 이틀 앓아눕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도 그걸 몸살로 배웠습니다.

     

    결국 비 오는 날 달릴지 말지는 날씨와 내 몸 상태를 같이 봐야 합니다. 날씨만 보거나 의지만 앞세우면 그날 달리기가 다음 며칠을 망칩니다. 저는 지금도 비 오는 날 아침이면 5초쯤 고민하는데, 그 5초가 합리적인 판단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야외 운동 여부는 다를 수 있으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달리기 좋은 날씨 공원 러닝 코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20851628/running-in-the-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