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음악을 들으며 뛰는 날과 아무것도 안 듣는 날을 번갈아 경험했습니다. 처음엔 음악 없이는 달리기가 너무 지루할 것 같았는데, 직접 비교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둘 다 써보고 나서야 언제 뭘 써야 하는지 기준이 생겼어요.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좋은 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음악은 달리기를 덜 힘들게 만들어줍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페이스가 올라갑니다. 힘든 구간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연구에서도 음악이 운동 중 피로감을 10~15% 줄여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Journal of Sports Sciences). 이게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생리적인 반응이라는 거죠.
저도 100일 챌린지 초반에는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달렸습니다. 낙동강 변을 달리면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힘든 줄 몰랐어요. 특히 인터벌 훈련을 할 때 빠른 템포 음악이 도움이 됐습니다. 발걸음 리듬을 음악에 맞추니까 케이던스가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분당 180보 템포의 음악을 틀면 발걸음이 거기 맞춰지는 게 신기했어요. 따로 케이던스를 의식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힘든 날일수록 음악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몸이 무거운 날, 달리기 싫은 날, 그런 날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일단 나가게 됐어요. 음악이 달리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심리적 스위치 역할을 한 겁니다.
무음으로 달렸을 때 생긴 일
어느 날 이어폰을 깜빡하고 나갔습니다. 처음 1km는 지루했어요. 발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만 들렸습니다. 근데 2km쯤 지나면서 달라졌습니다. 내 호흡 소리에 집중하게 됐어요.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 수 있었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게 훨씬 쉬워졌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무릎이 조금 시큰거리는데 음악에 집중하다가 지나친 적이 있었어요. 무음으로 달리면 몸 상태를 훨씬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탈 때 변속 소리나 타이어 소리로 자전거 상태를 파악하는 것처럼, 달리기도 소리로 내 몸 상태를 읽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낙동강 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무음 달리기부터였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그냥 달리기에만 집중했는데, 무음으로 달리니까 강물 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리기가 운동이 아니라 산책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어요. 상주 낙동강 변의 풍경이 그렇게 좋은지 무음 달리기를 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갈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가 생각보다 좋았거든요.
무음 달리기를 하면서 호흡 패턴도 정리됐습니다. 음악 리듬에 맞추다 보면 내 몸에 맞지 않는 호흡 패턴으로 달리는 경우가 생겼는데, 무음으로 달리면 자연스럽게 내 리듬을 찾게 됐어요. 3걸음 들이마시고 2걸음 내쉬는 제 나름의 호흡 패턴이 무음 달리기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게 됐습니다
지금은 달리기 목적에 따라 다르게 씁니다.
인터벌 훈련이나 기록을 올리려는 날은 음악을 씁니다. 빠른 템포가 실제로 퍼포먼스에 도움이 되거든요. 반면 LSD 훈련이나 회복 달리기처럼 천천히 오래 달리는 날은 무음으로 갑니다. 내 페이스와 몸 상태를 정확히 읽어야 하는 날이니까요. 장거리 훈련에서 에너지 고갈 신호를 빨리 잡아야 할 때도 무음이 낫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분이라면 무음 달리기를 먼저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내 호흡 소리를 듣는 연습이 페이스 조절 능력을 키워줍니다. 음악에 의존해서 달리다 보면 막상 음악이 없는 대회 상황에서 당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도 그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 참가한 달리기 행사에서 이어폰이 금지였는데, 페이스 조절이 전혀 안 됐어요. 초반에 너무 빠르게 달려서 후반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로 무음 달리기 비중을 늘렸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안전 문제입니다. 낙동강 변처럼 자전거와 공유하는 길에서 이어폰을 양쪽 다 꽂고 달리면 뒤에서 오는 자전거 소리를 못 듣습니다. 저도 자전거를 탈 때 보행자가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아찔한 순간이 많았거든요. 공유 도로에서는 한쪽 이어폰만 꽂거나 아예 빼는 게 맞습니다.
음악이냐 무음이냐보다 중요한 건 자기 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입니다. 달리기는 결국 내 몸과의 대화니까요. 음악은 그 대화를 도와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어떤 날 어떤 걸 쓸지 알게 되는 것 자체가 달리기 실력이 늘었다는 신호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