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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밍업을 건너뛰고 달리다가 허벅지 뒤쪽이 당기면서 멈춰 선 날이 있습니다. 100일 챌린지 38일째였는데 약속이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어요. 5분 워밍업이 아까워서 바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2km도 안 됐을 때 햄스트링이 당기는 느낌이 왔고, 억지로 계속 달리다가 결국 멈췄습니다. 그날 이후로 워밍업을 절대 건너뛰지 않게 됐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후 3시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2시간이 지난 상태였고, 날씨는 쌀쌀한 봄이었어요. 집에서 나와서 스트레칭도 없이 바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500m는 괜찮았는데 1km를 넘어가면서 왼쪽 햄스트링이 뻣뻣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몸이 덜 풀린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달렸어요.

     

    1.8km 지점에서 햄스트링이 갑자기 당기면서 발을 디딜 수가 없었습니다. 통증이라기보다는 근육이 쫙 조여드는 느낌이었어요. 그 자리에서 멈추고 스트레칭을 했는데 이미 근육이 자극을 받은 상태라 늘리는 것 자체가 아팠습니다. 걸어서 집에 돌아왔고 그날은 완전히 쉬었습니다. 다음 날도 햄스트링이 뻣뻣해서 달리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아끼려다가 이틀을 통째로 날린 겁니다.

     

    워밍업이 왜 필요한지 그때 찾아봤습니다

     

    워밍업의 효과를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 제대로 찾아봤습니다.

     

    운동 전 워밍업은 근육 온도를 높여서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부상 위험을 낮춥니다. 근육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근육의 수축 속도와 효율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차가운 근육은 유연성이 떨어져서 갑작스러운 자극에 취약합니다(출처: Journal of Athletic Training).

     

    혈액순환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안정 시에는 근육으로 가는 혈액량이 전체의 약 15~20%인데, 운동을 시작하면 80%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이 전환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아서 워밍업 없이 바로 달리면 근육이 산소 부족 상태에서 일하게 됩니다.

     

    관절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절액이라는 윤활 역할을 하는 액체가 관절 안에 있는데, 이게 활성화되려면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워밍업 없이 달리면 관절이 충분한 윤활 없이 충격을 받는 상태가 됩니다.

     

    쌀쌀한 날씨가 추가 요인이었습니다. 기온이 낮을수록 근육이 더 딱딱해진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워밍업이 더 중요해집니다. 여름보다 봄가을 쌀쌀한 날에 달리기 부상이 더 많이 생기는 이유가 이겁니다.

    달리기 전 워밍업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워밍업 루틴이 생겼습니다. 5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처음 2분은 빠르게 걷습니다. 천천히 걷는 게 아니라 팔을 적극적으로 흔들면서 빠르게 걷는 거예요. 이것만으로도 심박수가 올라가고 근육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다음 1분은 레그 스윙을 합니다. 한 발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앞뒤로 천천히 크게 흔드는 동작인데, 고관절과 햄스트링을 동적으로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적 스트레칭과 달리 움직이면서 하는 동적 스트레칭이라 워밍업 단계에 더 적합합니다.

     

    마지막 2분은 천천히 조깅합니다. 평소 페이스의 60~70% 수준으로 달리는 거예요. 이 구간에서 호흡과 심박수가 달리기 준비 상태로 올라갑니다.

     

    정적 스트레칭은 달리기 전이 아니라 달리기 후에 합니다. 운동 전 정적 스트레칭이 오히려 근육 출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달리기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과 가벼운 조깅으로 준비하고, 달리기 후에 정적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하는 게 맞습니다.

     

    워밍업이 달리기 자체도 바꿨습니다

     

    워밍업을 꾸준히 하게 된 이후로 달리기 시작 직후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처음 1~2km가 항상 무겁고 힘들었는데, 워밍업 후에는 달리기 시작부터 몸이 준비된 느낌이었어요.

     

    페이스도 더 빨리 정착됐습니다. 워밍업 없이 달리면 처음 2km 동안 페이스를 잡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워밍업 후에는 시작부터 안정된 페이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쌀쌀한 날이나 저녁 달리기에서 특히 효과가 확실했습니다. 몸이 이미 식은 상태에서 바로 달리면 처음 3km가 항상 힘들었는데, 워밍업 후에는 그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5분을 아끼려다가 이틀을 날린 그날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최소 3분은 걷고 시작합니다. 워밍업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더 잘 달리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20851308/warm-up-before-ru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