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작년 겨울, 상주에 눈이 많이 쌓인 날 낙동강변을 달렸습니다. 100일 챌린지를 이어가던 시기라 쉬고 싶지 않았고, 평소 30분이면 끝나던 5km 코스가 그날은 45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첫걸음부터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보폭부터 완전히 바꿔야 했습니다
신발이 눈 속으로 푹푹 들어갔고, 발을 디딜 때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평소 페이스인 킬로미터당 6분대는 꿈도 못 꿨어요. 조금만 속도를 내려 해도 발이 밀리는 느낌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보폭을 줄이게 됐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눈길에서는 보폭을 짧게 가져가는 편이 몸의 중심 아래에 더 넓은 지지 기반을 만들어 미끄러짐을 줄여준다는 내용을 겨울 러닝 관련 자료에서 확인했습니다.
팔 자세도 달라졌습니다. 평소엔 팔을 편하게 흔들며 뛰었는데, 눈길에서는 균형을 잡으려고 팔을 몸 옆으로 좀 더 낮고 넓게 벌리게 되더라고요. 상체를 살짝 앞으로 숙이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무게 중심이 앞쪽에 실려 있어야 발이 밀려도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걸 그날 몸으로 배웠습니다. 시선도 문제였습니다. 평소엔 먼 곳을 보며 뛰었지만 눈길에서는 자꾸 발밑을 확인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5km를 뛰고 나니 다리보다 어깨가 더 뻐근했습니다.
눈보다 무서운 건 그 밑에 숨은 살얼음이었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건 사실 눈이 아니라 그 밑에 숨어 있는 살얼음이었습니다. 강변 산책로 중 그늘진 구간에서만 유독 발이 미끄러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날 녹았던 부분이 밤사이 다시 얼어붙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에 살얼음이 더 잘 생긴다는 설명을 보고 나서야 그날 왜 그늘진 구간에서만 유독 위험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 뒤로는 뛰기 전에 코스를 미리 눈으로 훑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다리 밑 그늘진 구간, 건물 그림자가 오래 지는 구간은 겉보기엔 다른 곳과 똑같아 보여도 유독 반질반질하게 얼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막 내린 눈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다져지고 그 위에 살얼음이 덮인 눈길이라면 방향을 바꾸는 게 낫다는 조언을 접하고 나서, 눈이 온 지 며칠 지나 표면이 반질반질해진 구간은 아예 코스에서 빼기 시작했습니다.
낙동강변 산책로에는 아스팔트 구간과 흙길, 잔디 구간이 섞여 있는데, 눈 밑에 아스팔트보다 흙이나 잔디가 있는 구간이 얼음이 덜 생겨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부터는 일부러 흙길 위주로 동선을 짜게 됐습니다. 실제로 그 구간에서는 확실히 발이 덜 미끄러졌습니다. 지금은 눈이 온 다음 날이면 출발 전에 아예 코스를 다시 짭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안전한 쪽을 택하는 게 결국 시간을 아끼는 길이라는 걸 그 겨울에 배웠습니다.

페이스보다 안전이 먼저라는 걸 몸으로 배운 날
저는 그날 무리해서 페이스를 지키려다가 발목이 살짝 꺾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페이스보다 안전이 먼저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눈길에서는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미끄러워서 평소보다 운동 강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달려도 거리는 줄어드는 게 정상이라는 내용을 나중에 찾아보고 나서야 그날 억지로 페이스를 지키려 했던 제 판단이 무리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눈이 많이 온 날엔 아예 목표 거리나 페이스를 정해두지 않습니다. 그냥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고, 도로가 얼어 있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실내 러닝으로 바꿉니다. 신발도 그날 이후로 바꿨습니다. 밑창이 딱딱하고 접지 홈이 얕은 러닝화 대신, 접지력이 좋은 트레일화를 겨울용으로 따로 마련해뒀다가 눈 예보가 있는 날엔 그걸 꺼내 신습니다.
챌린지 기록을 지키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다음 날도 달릴 수 있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그 겨울 아침에 배웠습니다. 눈길 달리기는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재미보다 안전을 우선하게 되더라고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겨울철 러닝 관련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달리기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달리기 일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것들 (0) | 2026.07.26 |
|---|---|
| 비 온 뒤 달리기, 공기가 다른 그 날의 낙동강 변 (0) | 2026.07.18 |
| 달리기와 분노 조절, 화가 나는 날 달리면 생기는 일 (0) | 2026.07.17 |
| 50대 달리기 시작이 늦지 않은 이유, 직접 겪고 알았습니다 (0) | 2026.06.27 |
| 달리기 슬럼프, 47일째에 찾아온 운동 번아웃을 넘긴 방법 (0) | 2026.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