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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 달리기가 있습니다. 평소와 같은 코스인데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는 날이에요. 낙동강 변이 전날 비에 씻겨서 공기가 달랐습니다. 처음 그 차이를 느낀 건 100일 챌린지 63일째였어요. 그날 이후로 비 온 뒤 달리기가 특별한 날이 됐습니다.

     

    그날 낙동강 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날 밤 비가 꽤 많이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늘이 맑게 개어있었어요. 평소 같았으면 그냥 나갔을 텐데 그날은 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달랐습니다. 뭔가 상쾌한 냄새가 났어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그 냄새가 페트리코르라는 거였습니다. 페트리코르란 비가 온 뒤 땅에서 올라오는 독특한 향기를 말하는데, 흙 속의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지오스민이라는 화합물과 빗물이 아스팔트에 닿으면서 생기는 오일 성분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향기입니다. 인류가 오랫동안 비를 통해 물과 식량을 얻어왔기 때문에 이 냄새에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출처: Chemical Society Reviews).

     

    낙동강 변을 달리는데 강물이 전날보다 탁했지만 강변 식물들이 씻겨서 초록이 더 진해 보였습니다. 갈대가 빗물에 눌렸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보였어요. 5km를 달리는 내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주변을 봤습니다.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도 그 기분이 한참 남았어요.

     

    비 온 뒤 공기가 달라지는 이유

     

    달리고 나서 왜 그날 공기가 그렇게 달랐는지 찾아봤습니다.

     

    비가 오면 공기 중 먼지와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내려갑니다. 미세먼지, 꽃가루, 각종 오염 입자들이 지면으로 가라앉으면서 공기 중 부유물질 농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달리는 동안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이 평소보다 훨씬 좋아지는 거예요.

     

    음이온 농도도 높아집니다. 음이온이란 전자를 하나 더 가진 산소 원자로, 산이나 폭포, 비 온 뒤 자연환경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음이온이 많은 환경에서 활동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고 기분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비 온 뒤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기온도 달라집니다.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낮아져서 달리기에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름 소나기가 온 다음 날 아침은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낮아져서 평소보다 훨씬 쾌적하게 달릴 수 있어요.

    비 온 뒤 달리기에서 주의할 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비 온 뒤 달리기에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겼습니다.

     

    노면이 미끄럽습니다. 특히 낙엽이 쌓인 곳이나 이끼가 낀 돌 위는 비 온 뒤 매우 미끄럽습니다. 낙동강 변 일부 구간에서 돌이 깔린 길이 있는데 그 구간에서 비 온 다음 날은 페이스를 낮추고 발을 더 조심스럽게 디뎠습니다.

     

    수위가 높아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큰비가 온 다음 날은 낙동강 변 일부 산책로가 물에 잠기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날은 코스를 변경해서 달렸습니다.

     

    벌레가 많아집니다. 비가 온 뒤 지렁이들이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고, 모기도 평소보다 많아집니다. 여름철 비 온 뒤 달리기에서 모기에 많이 물린 날이 있었습니다. 긴 소매나 방충 스프레이를 챙기는 게 필요했어요.

     

    비 온 뒤 달리기가 특별한 이유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같은 코스가 익숙해집니다. 낙동강 변을 수백 번 달리면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는 날이 생겨요. 그런데 비 온 다음 날 달리면 늘 달리던 그 길이 새롭게 보입니다. 풀 냄새가 진하고, 공기가 맑고, 강물 소리가 다르게 들립니다.

     

    100일 챌린지를 하면서 달리기가 지루해지는 시기가 있었는데, 비 온 다음 날 달리기가 그 지루함을 깨주는 날이었습니다. 같은 곳을 달리는데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달리기를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어요.

     

    폐업 후 힘들었던 시기에 비 온 뒤 달리기가 유독 좋았던 것 같습니다. 비가 모든 걸 씻어낸 것처럼 공기가 깨끗해진 느낌이 그날의 무거움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줬습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냥 그랬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20851628/running-after-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