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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을 결심하고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가게 문을 닫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10년 넘게 운영하던 식당이었는데 코로나와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그 다음 날 아침 7시, 평소 같으면 장 보러 나갈 시간이었는데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러다 12일째 되던 날 충동적으로 운동화를 신고 나간 게 시작이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날부터 달라진 것들을 정리해봅니다.

    첫 한 달,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폐업 직후 한 달은 사실 달리기보다 무기력함이 먼저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10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장을 보고 가게를 열던 패턴이 갑자기 사라지니까 시간 감각이 무너졌습니다. 낮에 자고 밤에 깨어있는 날이 며칠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게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실업이나 큰 생활 변화 이후 흔히 나타나는 정신적 반응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일상 구조 상실(Loss of Daily Structure)이라는 개념인데, 매일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면 생체 리듬과 정서 조절 능력이 함께 흔들린다는 내용입니다. 자영업 폐업 후 우울감을 경험하는 비율이 일반 실직자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2일째 되던 날, 그냥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운동화도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예전에 신던 낡은 신발을 신고 상주 낙동강 변을 걸었어요. 처음엔 걷기만 했습니다. 1km도 못 걷고 돌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근데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 머릿속을 비워줬어요. 가게 생각, 빚 걱정, 앞날에 대한 불안이 걷는 동안에는 잠시 멈췄습니다.

    두 달째,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걷기를 한 달쯌 하다가 달리기로 바꿨습니다. 처음엔 100m도 못 뛰고 숨이 찼어요. 근데 뭔가 목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일 동안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리겠다는 챌린지를 스스로 정했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그냥 매일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 자체가 목표였습니다.

     

    이 시기에 가장 크게 느낀 건 작은 성취감의 힘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로 확인된 내용입니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과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되고,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는데, 이게 폐업으로 인한 정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가게를 운영할 때는 매출, 손익, 직원 관리 같은 큰 단위의 책임이 있었는데, 달리기는 그냥 오늘 1km를 더 달렸다는 것만으로도 성취가 됐습니다.

     

    체력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첫 주에는 2km도 버거웠는데 두 달째 들어서면서 5km를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몸이 달라지는 걸 직접 보니까 다른 영역에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세 달째부터, 일상의 구조가 다시 생겼습니다

     

    가게를 닫고 가장 그리웠던 건 규칙적인 일상이었습니다. 달리기가 그 자리를 채워줬습니다. 아침 달리기를 루틴으로 정하면서 기상 시간이 다시 일정해졌고, 그 이후로 식사 시간이나 수면 시간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달라졌습니다. 가게를 운영할 때는 손님들과 대화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폐업 후 그 접촉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회적 고립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신체 질환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러닝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거기서 기록을 공유하고 응원받는 게 새로운 연결이 됐습니다. 직접 만나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고립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네 달에서 다섯 달, 몸과 마음이 같이 회복됐습니다

     

    이 시기쯌부터 수면 질이 확실히 좋아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폐업 직후엔 밤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는데, 매일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그런 날이 줄었습니다. 체중도 안정적으로 줄었고, 그보다 더 크게 느낀 건 활력이었습니다. 오전에 멍하게 있던 시간이 달리기를 하고 나면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기간에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고, 그 이후 15km, 그리고 첫 마라톤 풀코스까지 도전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폐업이 끝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가는 전환점이었다는 걸 그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여섯 달째, 지금의 변화

     

    지금은 매일 달리지는 않지만 주 4~5회 꾸준히 달립니다. 가게를 다시 열 생각은 아직 없지만, 그 자리에 새로운 일상이 채워졌다는 게 확실합니다. 달리기가 폐업의 충격을 없애준 건 아니었습니다. 빚 걱정이나 앞날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있습니다. 다만 그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폐업 직후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그 12일이 떠오릅니다. 그때 누군가 "달리기 한번 해보세요"라고 했어도 들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제 발로 나가서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거였습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거창한 계획보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짧게라도 나가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한 걸음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저도 예상 못 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심리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health-injuries/a20851946/running-mental-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