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100일 챌린지를 끝내고 나서 오히려 신발끈 묶는 게 싫어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매일 뛰던 사람이 갑자기 일주일 넘게 한 번도 안 나가는 걸 보고, 스스로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황스러웠습니다.

     

    뛰는 상상만 해도 피곤했던 그 시기

     

    처음엔 그냥 며칠 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나가야지 하면서도 몸이 안 움직였습니다. 예전엔 뛰고 나면 개운했는데, 그때는 뛰는 상상만 해도 피곤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러닝 슬럼프는 거의 모든 러너가 한 번쯤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큰 대회를 마치고 나서 훈련 강도를 계속 유지하다가, 목표를 잃거나 마음이 지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감정적인 소진, 아무리 뛰어도 성취감이 안 느껴지는 상태, 그리고 예전엔 좋아했던 러닝 자체에 냉소적으로 변하는 게 슬럼프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하는데, 딱 제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엔 러닝 말고도 일이 유독 바빴고, 잠도 부족했습니다. 러닝 슬럼프가 러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 온 피로가 넘쳐흐른 결과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나서, 단순히 러닝 방법만 바꾸는 게 아니라 수면과 업무 강도까지 함께 돌아보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도움이 된 건 이 상태를 게으름으로 몰아붙이지 않은 거였습니다. 예전엔 안 나가는 날마다 스스로를 다그쳤는데, 그럴수록 죄책감만 쌓이고 오히려 더 나가기 싫어졌습니다. 슬럼프를 만성 스트레스나 과훈련, 계절 변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해하고 나니, 문제 해결 쪽으로 생각이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게으른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쉬어야 할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쪽으로 관점을 바꾼 게 컸습니다.

     

    죄책감 없이 완전히 쉬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다음으로 한 건 아예 며칠 완전히 쉬는 거였습니다. 처음엔 하루라도 쉬면 그동안 쌓은 게 다 무너질까 봐 불안했는데, 죄책감 없이 의도적으로 쉬는 휴식이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나서 1~2주 정도는 아예 러닝을 접어두고 다른 걸 했습니다. 대신 그 시간에 산책이나 자전거처럼 부담 적은 활동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쉬는 내내 죄책감이 든다면 그건 진짜 휴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엔 정말로 마음 편하게 쉬려고 노력했습니다.

     

    러닝 크루 사람들에게 슬럼프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혼자 안 나가던 날엔 아무도 몰랐는데, 이야기를 꺼내고 나니 다들 한 번씩은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그중 한 명은 아예 러닝화를 새로 사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새 신발을 신은 첫날엔 확실히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습니다.

     

    다시 뛰기 시작할 땐 예전 페이스나 거리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코스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늘 다니던 낙동강변 대신 처음 가보는 뒷산 흙길을 뛰어봤는데, 새로운 풍경만으로도 기분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매주 똑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게 오히려 슬럼프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의도적으로 낯선 코스를 넣습니다.

     

    다시 뛰는 이유를 종이에 적어봤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너무 급하게 세우지 않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슬럼프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음 대회부터 신청했을 텐데, 이번엔 다시 뛰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왜 뛰고 싶었는지를 종이에 적어봤습니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같은 단순한 이유들이었는데, 이걸 눈에 보이는 곳에 적어두고 나니 나가기 싫은 날에도 그 문장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훈련 강도도 다시 조정했습니다. 힘든 훈련 비중이 전체의 15에서 2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하고, 쉬운 날은 정말 쉽게 뛰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예전엔 매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그 압박 자체가 슬럼프의 원인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페이스를 몸 상태에 맡기는 날을 의식적으로 늘렸습니다. 강도 높은 날과 쉬운 날을 뚜렷하게 구분하고 나서부터는 훈련 전체가 예전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뛰기 싫은 날이 와도 예전만큼 당황하지 않습니다. 이게 실패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잠깐 쉬어가려는 자연스러운 신호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 슬럼프를 겪고 나서, 뛰는 이유를 다시 찾는 과정이 러닝 실력을 늘리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러닝 슬럼프 관련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 https://runnersconnect.net/lost-running-motiv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