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습니다. "그 나이에 무리하지 마세요." 50대에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2년을 달리면서 그 걱정이 틀렸다는 걸 몸으로 증명했습니다. 오히려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은 게 무리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60번째 글에서 달리기가 제 삶에 남긴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봅니다.

     

    달리기 전과 달리기 후, 가장 다른 것

     

    달리기 전 저는 폐업 후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낮과 밤이 뒤바뀌었고 앞날이 보이지 않았어요. 체중은 늘었고 혈압은 높았으며 수면은 엉망이었습니다. 그게 폐업 직후 1년의 모습이었어요.

     

    달리기 후 지금은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주 4~5회 달리고,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요. 혈압은 정상 범위로 내려왔고 체지방률도 낮아졌습니다. 수면도 달라졌어요.

     

    그 변화가 달리기 하나로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달리기가 없었다면 다른 변화들도 없었을 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달리기가 첫 번째 도미노였어요.

     

    달리기가 준 것들

     

    2년 동안 달리기가 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몸이 달라졌습니다. 체중 4.2kg 감량, 체지방률 28%에서 19%, 안정시 심박수 78회에서 58회, 혈압 130/85에서 118/76.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들이에요. 근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볍다는 느낌, 계단을 올라가도 숨이 차지 않는다는 것, 하루 종일 피곤하지 않다는 것. 이게 숫자보다 더 크게 달라진 부분이었습니다.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폐업 후 찾아온 무기력과 불안이 달리기로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걱정되는 날이 있고 막막한 날이 있습니다. 달라진 건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에요. 불안이 오면 달리기를 합니다. 화가 나면 달립니다. 슬프면 달립니다. 달리고 나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바뀌는 걸 경험했어요.

     

    사람이 생겼습니다. 달리기 전에는 폐업 후 만남이 거의 없었어요.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러닝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지금 가장 자주 보는 사람들이 됐습니다. 같이 달리면서 나눈 대화들이 있어요. 달리기가 만들어준 인연들입니다.

     

    글이 생겼습니다. 달리기 경험을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가 지금 60번째 글까지 왔습니다. 쓰면서 달리기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달리면서 쓸 내용이 계속 생겼어요. 달리기와 글쓰기가 서로를 키워주는 관계가 됐습니다.

     

    달리기가 가져가 것들

     

    달리기가 준 것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달리기가 가져간 것들도 있어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주 4~5회 달리기에 준비, 달리기, 회복까지 하면 하루 1~2시간이 들어갑니다. 그 시간을 내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달리기를 우선순위에 놓기 위해 다른 걸 포기한 것들이 있습니다.

     

    돈이 들어갑니다. 러닝화 교체, 기능성 의류, 압박 스타킹, 보충제, 대회 참가비. 달리기가 저렴한 운동이라는 말은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입니다. 진지하게 하면 꽤 비용이 들어요.

     

    부상이 왔습니다. 족저근막염, 무릎 통증, 장경인대 증후군, 아킬레스건염. 이 글들에서 다 다뤘던 부상들이에요. 달리기가 부상 없는 운동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계속하는 이유

     

    주는 게 많고 가져가는 게 적지 않은데 왜 계속하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달리기가 멈추면 무엇이 달라질지 알기 때문입니다. 수면이 나빠지고, 혈압이 올라가고, 무기력이 돌아오고, 몸이 무거워집니다. 이미 그 상태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달리기를 멈추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압니다.

     

    그리고 달리기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 억지로 나갔는데, 지금은 달리는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온전히 저 자신인 시간이에요. 낙동강 변을 달리면서 강물 소리를 듣고, 계절 변화를 느끼고, 생각을 정리하는 그 시간이 좋습니다.

     

    60번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1번 글에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60개의 이야기가 생길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달리기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활동입니다. 앞으로 몇 번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한 이야기도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