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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수면과 달리기 퍼포먼스의 관계를 숫자로 확인한 날이 있습니다. 스마트워치에서 수면 데이터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날 수면이 달리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패턴이 보였어요. 3번 글에서 달리기가 수면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이번엔 반대 방향입니다. 수면이 달리기를 바꾼 이야기예요.

     

    수면 부족이 달리기를 망친 날들

     

    달리기를 시작한 첫 해에 수면과 달리기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달리기 퍼포먼스가 나쁜 날은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스마트워치에서 수면 추적 기능을 켜고 나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면이 5시간 이하인 날 달리기 평균 심박수가 평소보다 8~10회 높게 나왔어요. 같은 페이스로 달리는데 심박수가 더 높다는 건 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새벽 3시까지 자지 못하고 다음 날 달린 날이었습니다. 마라톤 훈련 중이라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억지로 나갔어요. 5km도 달리기 전에 다리가 무거워지고 심박수가 Zone 4까지 올라갔습니다. 평소 같은 거리에서 Zone 2를 유지하던 날과 비교하면 몸이 완전히 달랐어요. 그날 이후로 수면 부족인 날 달리기 강도를 조절하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수면이 달리기에 미치는 영향

     

    수면 부족이 왜 달리기 퍼포먼스를 떨어뜨리는지 찾아봤습니다.

     

    수면 중에 성장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성장호르몬은 근육 회복과 재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깊은 수면 단계에서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분비가 줄어들고 근육 회복이 불완전해져요. 달리기 훈련으로 생긴 미세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달리면 피로가 누적됩니다(출처: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코르티솔 수치도 영향을 받습니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게 유지되는데, 이게 심박수를 높이고 달리기 중 피로감을 빠르게 느끼게 만듭니다. 수면이 부족한 날 같은 페이스에서 숨이 더 빨리 차는 이유가 이겁니다.

     

    집중력과 반응 속도도 떨어집니다. 달리기 자세를 유지하고 노면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인지 능력이 필요한데,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이 능력이 저하됩니다. 수면이 부족한 날 낙동강 변의 작은 장애물을 못 보고 발이 걸린 적이 있었는데, 평소엔 그냥 넘어갔을 것들이었어요.

     

    수면 데이터를 달리기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워치 수면 데이터를 달리기 계획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면이 6시간 미만인 날은 강도를 낮춥니다. 계획된 인터벌 훈련이 있어도 그날은 Zone 2 달리기나 가벼운 조깅으로 대체했어요.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고강도 훈련을 강행하면 회복이 더 오래 걸리고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습니다.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7시간을 자도 깊은 수면 단계가 짧으면 회복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스마트워치에서 수면 단계를 확인하면서 깊은 수면이 1시간 미만인 날은 달리기 강도를 낮추는 기준을 추가했습니다.

     

    잠들기 전 루틴도 달라졌습니다. 달리기 후 너무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걸 데이터로 확인했어요. 잠들기 1시간 전 스마트폰을 끄는 습관을 만들었는데 수면 데이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수면을 훈련의 일부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달리기를 훈련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회복하는 시간은 나머지 전부입니다. 그 나머지 시간 중 가장 중요한 게 수면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엘리트 마라토너들이 하루 9~10시간씩 수면을 취한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과한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훈련량이 많을수록 회복에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한 거예요. 저는 8시간 수면을 달리기 훈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면 7시간 이상을 확보하는 날 달리기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어요. 페이스도 더 잘 나오고 장거리에서 후반 버팀력도 달랐습니다. 달리기를 잘 하고 싶다면 더 많이 달리는 것보다 더 잘 자는 게 먼저일 수 있습니다. 그 순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달리기가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수면 문제가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health-injuries/a20851946/sleep-running-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