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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 훈련 (페이스 조절, 지구력, 부상 예방)

by 러닝 고래 2026. 4. 20.

빠르게 뛸수록 더 잘 훈련한 걸까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스마트워치 페이스 숫자가 떨어질수록 뭔가 해낸 것 같았고, 느리게 뛰는 날은 괜히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결국 무릎을 망가뜨렸고, 저를 LSD 훈련으로 이끌었습니다.

속도 집착이 만든 부상, 페이스 조절이 답이었다

러닝을 시작하고 몇달 안 됐을 때 발목을 접질렀습니다. 무릎은 그보다 먼저 비명을 질렀습니다. 쉬는 날이 뛰는 날보다 많아지면서 '내가 러닝 체질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러닝 커뮤니티에서 "처음 1년은 무조건 천천히 오래 뛰어라"는 글을 봤고, 댓글에 공감하는 러너가 수십 명이었습니다.

LSD(Long Slow Distance), 즉 장거리를 낮은 강도로 천천히 달리는 훈련법입니다. 핵심은 평소 마라톤 페이스보다 1~2분 느린 속도로 90분 이상 달리는 것입니다. 처음엔 "이 속도로 무슨 운동이 되나" 싶었습니다. 제가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요.

LSD의 페이스 기준은 '대화 가능 여부'입니다. 달리면서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적당한 강도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강도가 최대산소섭취량의 약 60~70% 수준이라고 하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심장이 헐떡이지 않으면서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는 구간입니다. 당시엔 그런 이론을 몰랐지만 몸이 먼저 그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페이스를 바꾼 건 몸이 허락하지 않아서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맞는 방향이었습니다. 처음 LSD를 시도한 날, 공원에서 사람들이 옆을 쌩쌩 지나쳐도 속도를 지켰습니다. 창피했습니다. 근데 30분이 지나도 숨이 차지 않았고, 결국 그날 90분을 처음으로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지구력이 쌓이는 건 느리지만 확실하다

두 달쯤 꾸준히 LSD를 했을 때, 심박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엔 5km만 달려도 심박수가 180 근처까지 치솟았는데, LSD를 반복한 뒤에는 같은 거리를 150대 심박수로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게 심폐 지구력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신호였습니다.

나중에 왜 그런지 찾아봤습니다. 장거리 저강도 운동을 반복하면 근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증가한다고 하더라고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데, 이게 많아질수록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이 올라가서 같은 속도로 달릴 때 심장이 덜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또 장거리 훈련을 반복하면 근육이 지방과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높아지는데, 이게 후반에 페이스가 덜 무너지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마라톤에서 35km 이후 '벽'을 느끼는 구간이 바로 이 능력과 직결된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이론보다 실감이 먼저였습니다. 속도를 버렸더니 나중에 오히려 속도가 붙었습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있으니까 이론이 납득됐습니다. 나중에 미국 스포츠의학회 자료를 찾아보다 알게 된 건데, 유산소 지구력 향상을 위해 저강도 장시간 운동을 주 1~2회 이상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몸으로 먼저 배운 걸 학회도 권고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뿌듯했습니다.

부상 예방, LSD가 몸을 준비시키는 방식

러닝 커뮤니티에는 기록 공유 문화가 있습니다. 오늘 몇 분 페이스로 뛰었는지, 이번 달 누적 킬로미터가 얼마인지 올리고 비교합니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초보 러너한테는 독이 되기 쉽습니다. 저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몸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속도부터 욕심냈고, 무릎을 잡쳤습니다.

무릎 아래가 욱신거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시큰했는데, 나중에 슬개건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무릎 아래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페이스가 빠를수록 보폭과 지면 충격이 커져서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도요. LSD는 낮은 강도로 달리기 때문에 이 충격 자체를 줄여주고, 근육과 결합조직이 점진적으로 장거리에 적응할 시간을 줍니다.

훈련량을 늘릴 때는 '10% 규칙'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주간 훈련량을 직전 주 대비 10% 이상 급격하게 늘리지 말라는 원칙인데, 과사용 부상을 막기 위해 스포츠 재활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기준이라고 하더라고요. 영국 NHS도 달리기 초보자에게 점진적 부하 증가를 강조한다고 찾아봤습니다. 저는 이걸 몰라서 몸이 적응하기도 전에 거리를 급격히 늘리다가 결국 쉬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LSD가 느린 훈련이지 쉬운 훈련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90분을 천천히 달리는 건 체력도 시간도 필요합니다. 30분 느리게 뛰는 건 그냥 가벼운 조깅입니다. LSD는 느린 대신 길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1시간이 넘어가면 지루함이 찾아오는데, 저는 그 지루함을 버티면서 평소에 빠르게 지나치던 길가의 철쭉을 처음 봤습니다. 천천히 달리니까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LSD가 가르쳐준 건 달리기 기술이 아니라 조급함을 다루는 법이었습니다. 지금도 속도 욕심이 올라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입을 벙긋거려봅니다. 짧은 말이 나오면 속도가 맞다는 뜻이고, 숨이 차서 말이 안 나오면 페이스를 낮출 때입니다. 무릎을 잡치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아프고 나서 배우는 건 언제나 비쌉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 부상이 있는 경우 전문가 상담을 먼저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runtalk.kr/article/21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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