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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 업힐 (배경·맥락, 핵심기술, 실전적용)

by 러닝 고래 2026. 4. 28.

엘리트 트레일 러너도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는 걷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100일 달리기를 마치고 처음 산을 찾았을 때, 해발 300m도 안 되는 야트막한 산 입구에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 멈춰 서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평지 러너가 산을 오를 때 무너지는 이유

평지에서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리던 사람이 같은 감각으로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직접 써봤는데, 초반 200m도 버티지 못하고 심박수가 폭발합니다. 산은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기준으로 페이스를 잡아야 한다는 걸 몸이 먼저 가르쳐줬습니다.

트레일 러닝에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RPE(자각 운동 강도)입니다. RPE란 심박수계나 GPS 기기가 아닌, 운동하는 사람이 스스로 느끼는 힘듦의 정도를 1~10 척도로 수치화된 지표입니다. 평지 러닝에서는 GPS 페이스를 기준으로 달리지만, 트레일에서는 RPE를 6~7 수준으로 유지하며 오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도 처음엔 시계만 봤는데, 지금은 호흡과 다리 느낌을 기준으로 페이스를 조절합니다.

또 하나, 보폭 문제를 빨리 깨달을수록 좋습니다. 두 번째 산행에서 빨리 오르겠다고 크게 내디뎠더니 허벅지가 금방 타들어갔습니다. 억지로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하산할 때 무릎이 흔들렸습니다. 이후 보폭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대신 케이던스(cadence), 즉 분당 발걸음 수를 늘렸더니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남아있는 체력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전거 업힐을 넘을 때 기어를 낮추고 페달을 빠르게 돌리는 원리와 정확히 같습니다.


업힐 폼의 핵심: 파워 워킹과 근육 동원 전략

파워 워킹을 부끄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트레일 러닝이라고 했는데 걷는 게 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세 번째 산행에서 억지로 뛰다가 심박수가 한계를 넘어 완전히 멈춰 서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경사가 심한 구간은 과감히 걸었는데, 오히려 전체 완주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파워 워킹(power hiking)이란 일반 등산의 자연스러운 걸음이 아니라, 상체와 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빠르게 치고 오르는 이동 방식입니다. 경사에 따라 두 가지 팔 동작을 씁니다. 완만한 구간에서는 팔을 접어 풀 스윙으로 추진력을 만들고, 경사가 심해질수록 손을 허벅지에 얹어 체중을 실어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팔을 접지 않고 펴서 앞으로 치면 추진력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직접 해봐야 체감이 됩니다.

엉덩이 근육, 즉 글루트(glute) 동원도 업힐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 글루트란 대둔근을 포함한 엉덩이 근육군으로, 오르막에서 체중을 앞으로 밀어내는 주 동력원입니다.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엉덩이로 지면을 밀어내듯 올라가면 허벅지 혼자 감당하던 부하가 분산됩니다. 저는 이 감각을 익히는 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글루트가 제대로 개입되는 순간 오르막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발의 교차 보행도 에너지 효율과 직결됩니다. 어깨 너비로 11자를 유지하며 오르면 추진력이 양쪽으로 분산되고, 살짝 교차하듯 올라가면 앞으로 나가는 힘이 집중됩니다. 처음엔 의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동작입니다.

직접 해보면서 몸에 밴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보폭을 줄이고 케이던스를 높여 리듬으로 오르는 것, 팔을 접어 풀 스윙하거나 경사에 따라 허벅지를 짚어 밀어 올리는 것, 발 전체면을 활용해 까치발을 최소화하는 것,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여 글루트를 개입시키는 것. 이걸 하나씩 의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몸에 붙습니다.


부상 없이 오르막을 지속하는 실전 감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킬레스건 경고가 오르막에서 올 줄은 몰랐습니다. 오르막에서 까치발 자세가 반복되면 종아리 근육이 먼저 한계에 오고, 그 상태로 계속 올라가면 아킬레스건에 누적 부하가 쌓입니다. 이전에 아킬레스건염을 겪었던 터라 그 감각에 예민해진 게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지형이 허락하는 한 발뒤꿈치까지 눌러 딛는 것을 의식하고 나서 종아리 피로가 줄고 햄스트링과 글루트가 더 쓰인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시선 문제는 첫 산행에서 알게 됐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발등만 보고 걸었더니 고개가 숙여지고 호흡이 더 가빠졌습니다. 3m 앞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가슴이 열리면서 호흡이 달라졌습니다. 자전거 업힐에서 멀리 보며 코스를 읽는 원리와 같습니다. 시선 하나만 바꿔도 폼 전체가 따라 바뀐다는 게 트레일의 재미있는 점입니다.

부상 예방 측면에서 보면,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하산 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은 평지 러닝 대비 3~4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오르막에서 무리해서 글루트와 햄스트링을 소진하면 내리막에서 무릎이 더 쉽게 흔들립니다. 업힐에서 체력을 아끼는 것은 하산 안전과도 직결됩니다.

트레일 러닝 부상 통계를 보면, 발목 염좌와 무릎 과사용 손상이 전체 트레일 러닝 부상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결국 기술 없이 체력만으로 산을 오르내리면 부상이 쌓이는 속도가 평지보다 훨씬 빠르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입문 초기일수록 더 크게 체감됩니다.


트레일 러닝은 기록보다 지속 가능성이 먼저인 운동입니다. 오르막 앞에서 속도가 줄어드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라진 건 그 구간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 이제는 안다는 겁니다. 파워 워킹인지 뛰는 건지 모를 속도로 꾸준히 올라가서, 정상에서 체력이 남아있는 느낌. 그게 평지 러닝과는 다른 종류의 보상입니다. 날이 맑은 날 가볍게 집 근처 산부터 올라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BQKJsTb6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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