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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훈련 계획 (체력 평가, 과사용 부상, 10% 규칙)

by 러닝 고래 2026. 5. 8.

솔직히 저는 처음에 훈련 계획표를 고르는 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계획 중에 하나 골라서 따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결과는 2주 만에 부상이었습니다. 마라톤 훈련에서 계획 선택이 곧 부상 예방이라는 걸,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체력 평가 없이 계획을 고르면 생기는 일

제가 처음 프린트해서 벽에 붙인 건 유명 코치가 짰다는 12주 완성 계획표였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일정이 뭔가 진지해 보였고, 그게 믿음직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계획이 나쁜 게 아니라, 제가 그 계획에 맞는 몸 상태가 아니었던 겁니다.

5일째 되던 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정강이 안쪽이 찌릿하게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니 신스플린트(Shin Splints)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스플린트란 정강이뼈 내측 근육과 골막에 반복 충격이 쌓이면서 생기는 과사용 부상(Overuse Injury)으로, 갑자기 훈련량을 늘릴 때 초보 러너에게 가장 흔히 발생합니다. 이틀 쉬고 다시 뛰었더니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훈련표를 벽에서 떼어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계획은 이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있는 중급자를 기준으로 짜여진 거였습니다. 10km도 버거웠던 저한테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이었던 셈입니다. 현재 체력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계획을 고른 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자신의 체력 수준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최근 2~3주 안에 편안하게 달린 최장 거리가 얼마인지, 일주일에 몇 번 뛰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합니다. 그리고 고려 중인 계획의 첫 번째 장거리 훈련이 그 거리와 비슷한지 비교해봅니다. 주간 총 주행 거리란 일주일 달린 거리를 합산한 수치인데, 이 숫자를 기준으로 계획을 고르면 첫 주부터 몸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간 총 주행 거리란 일주일 동안 달린 거리를 모두 합산한 수치로, 훈련 강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숫자를 기준으로 계획을 선택하면, 첫 주부터 몸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RRCA(미국 러닝 코치 협회)에서도 훈련 계획 선택 시 현재 훈련 상태와 최근 주행 거리를 우선 기준으로 삼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RRCA). 화려한 계획보다 지금 내 몸에 맞는 계획이 먼저라는 이야기입니다.

10% 규칙과 80% 원칙이 완주를 결정한다

초보자용 계획으로 다시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10% 규칙을 접했습니다. 주간 훈련량 증가율(Weekly Mileage Increase Rate)을 직전 주 대비 10% 이내로 제한하는 원칙입니다. 여기서 훈련량 증가율이란 이번 주 총 주행 거리에서 지난 주 총 주행 거리를 뺀 값을 퍼센트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급격히 올라갈수록 과사용 부상 위험도 함께 높아집니다.

스포츠 의학 분야 전문지인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따르면, 훈련량의 급격한 증가는 아킬레스건염(Achilles Tendinitis),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 신스플린트를 포함한 과사용 부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출처: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아킬레스건염이란 발뒤꿈치 위쪽을 연결하는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는 부상이고, 족저근막염이란 발바닥 근막에 반복적인 충격이 쌓여 통증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셋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몸이 적응할 시간 없이 훈련량을 올렸을 때 나타납니다.

제가 처음 무너진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거의 운동을 하지 않던 상태에서 갑자기 매일 달리기 시작했으니, 10% 규칙 따위는 처음부터 지켜질 수가 없었습니다.

훈련을 다시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 만든 원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체 훈련의 80%만 소화해도 성공이라는 기준입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 컨디션이 최악인 날, 갑자기 약속이 생긴 날. 그런 날 억지로 채우려다 더 길게 쉬게 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서 생긴 규칙입니다. 하루를 놓쳤다고 다음 날 두 배로 달리면 그게 바로 부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습니다.

100일 챌린지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 원칙이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반드시 완전 휴식(Active Rest)에 쓰고, 하루는 카프 레이즈(Calf Raise) 같은 보강 운동에 썼습니다. 카프 레이즈란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내리는 동작으로,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을 강화해 달리기 관련 부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보강 훈련입니다. 달리지 않는 날도 훈련의 일부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너무 느슨한 계획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일주일에 3일만 뛰는 게 정말 훈련이 되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통증이 사라지고, 달리는 게 즐거워지고, 어느 순간 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 있었습니다. 야심찬 계획보다 꾸준히 지킬 수 있는 계획이 결국 더 많은 훈련량을 만들어냅니다.

마라톤 훈련에서 가장 좋은 계획은 가장 유명한 계획이 아닙니다. 지금 내 몸 상태에서 부상 없이 따라갈 수 있는 계획이 최고입니다. 계획을 고르기 전에 솔직하게 자신의 현재 체력을 점검하고, 훈련 중에도 그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 저는 그게 완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두려움보다, 부상으로 몇 달을 날리는 손해가 훨씬 크다는 걸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 부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71184756/marathon-training-plan-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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