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러닝을 시작하기 전 겁부터 났다
땀 흘리는 것조차 싫어하던 내가 러닝을 직접 시작하고 한 달 동안 겪은 과정을 그대로 적어본 기록이다. 테니스를 한다고 등록만 해놓고 몇 번 가지도 못했던 사람이었고, 운동은 늘 ‘해야지’라는 생각만 하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내가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서게 될 줄은 솔직히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 현관문을 열고 나서던 날의 망설임부터, 어느 순간 러닝이 하루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봤다. 러닝을 시작해 볼까 고민만 하고 있다면, 이 글이 현실적인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전형적인 운동 회피형 인간이었다. 헬스장은 몇 번이나 등록했지만 늘 작심삼일로 끝났고, 운동 계획은 항상 머릿속에만 있었다. 러닝은 왠지 체력 좋은 사람들만 하는 운동처럼 느껴졌고, 길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원래 운동 잘하는 사람들이겠지’라고 넘겨짚곤 했다. 괜히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포기하면 스스로에게 더 실망할 것 같다는 생각도 컸다. 그래도 계속 미루기만 하면 아예 시작조차 못 할 것 같아서, 어느 날 저녁 충동적으로 러닝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막상 현관 앞에 서니 바로 나가지 못하고 몇 분을 서성였다. ‘오늘은 그냥 산책만 할까’, ‘내일부터 진짜로 시작할까’ 같은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첫 러닝,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당황했다
막상 뛰기 시작하자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바로 다가왔다. 출발한 지 5분도 채 안 됐는데 숨이 갑자기 턱 막히듯 차올랐고, 심장은 귀 옆에서 요란하게 쿵쿵거렸다. 다리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무거워졌고,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내가 제대로 뛰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힐끗 보며 괜히 자세를 의식하게 되기도 했다. ‘천천히만 가면 괜찮을 거야’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어봤지만, 몸은 그런 다짐과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반응했다. 결국 몇 걸음 못 가 멈춰 서서 허리에 손을 얹고 숨을 골랐다.
그렇게 조금 뛰다가 걷고, 다시 용기 내서 몇 걸음 더 뛰는 걸 반복하며 겨우 첫 러닝을 마쳤다. 집에 돌아왔을 때 다리는 힘이 풀린 것처럼 후들거렸고, 땀에 젖은 옷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잘 달린 것도 아니고, 거리도 러닝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기분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가서 뛰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스로를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첫 주, 러닝은 여전히 힘들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첫 주 동안의 러닝은 솔직히 계속 힘들었다. 러닝을 하고 나면 종아리와 허벅지가 뻐근했고, 다음 날 아침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다리가 말을 안 듣는 느낌이 들었다. 러닝을 나가기 전에는 항상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몇 번은 운동화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도 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러닝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짧게라도 뛰고 나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고,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이 시기에는 기록이나 거리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오늘도 나갔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려고 했다.
2~3주 차, 몸이 먼저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다
러닝을 시작한 지 2주 정도가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숨이었다. 예전에는 잠깐만 뛰어도 숨이 차서 멈춰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속도로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었다. 중간에 걷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몸이 가벼워졌고 하체에 힘이 붙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의 피로감도 줄어들었고, 하루 종일 몸이 덜 처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러닝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사라졌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러닝은 운동이 아니라 습관이 됐다
러닝을 한 달 정도 이어오고 나니 러닝은 더 이상 ‘해야 하는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해 주는 습관이 되었다. 기분이 좋은 날에도, 괜히 짜증이 나는 날에도 러닝을 하고 나면 생각이 정리됐다. 기록이나 속도에 집착하지 않고 내 컨디션에 맞춰 달리다 보니 러닝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어떤 날은 20분만 뛰어도 충분했고, 어떤 날은 조금 더 뛰고 싶어지기도 했다. 러닝은 그렇게 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러닝 초보로 시작한 한 달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몇 분만 뛰어도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지만,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다 보니 러닝은 점점 일상이 되었다. 러닝을 시작해 볼까 고민 중이라면 잘 달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냥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몇 분이라도 움직여보는 것, 그게 시작이었다. 러닝은 빠르지 않아도, 천천히 시작해도 충분히 사람을 바꿔준다는 걸 이번 한 달을 통해 직접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