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달리기는 꾸준히만 하면 즐거워진다고 말하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평균 3년 더 오래 살고, 인지 기능 향상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숨이 차고 옆구리는 아프고, 도대체 언제쯤 이게 즐거워질지 의문이 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5년간 러닝을 해오면서 깨달은 건, 즐거움은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읽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운동강도와 호흡 역치를 이해하면 달라집니다
많은 초보 러너들이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경험을 합니다. 이건 단순히 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호흡 역치(Ventilatory Threshold)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호흡 역치란 운동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호흡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점을 말합니다(출처: 대한운동생리학회). 쉽게 말해, 이 지점을 넘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숨이 가빠지고 운동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도 이 개념을 몰랐습니다. 그냥 무작정 빨리 달리면 체력이 빨리 늘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3분도 못 가서 숨이 막혀 멈춰 섰고, 달리기가 정말 제 체질에 안 맞는 운동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저는 계속해서 제 호흡 역치를 훨씬 초과하는 강도로 달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 역치는 훈련을 통해 점차 높아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0분만 뛰어도 힘들었던 거리가, 몇 주 후에는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거죠. 중요한 건 이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지금 힘든 게 정상이고, 계속하면 분명 나아진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납니다.
호흡 역치를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말하기 테스트'입니다. 달리는 중에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 역치 이하, 단어 몇 개만 겨우 말할 수 있다면 역치를 훨씬 초과한 상태입니다. 저는 요즘 이 테스트를 자주 활용하는데, 혼자 달릴 때도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어보면서 제 강도를 체크합니다.
페이스 조절이 러닝을 즐겁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는 천천히 시작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지만, 실제로 '얼마나' 천천히 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의 초보 러너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천천히 시작해야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처음엔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전력 질주하듯 뛰었고, 당연히 5분도 못 가서 지쳐 버렸습니다.
페이스(Pace)란 일정 거리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km를 7분에 달렸다면 페이스는 7분/km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달리기가 훨씬 과학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해서 제 페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이게 정말 게임 체인저였습니다.
페이스 조절의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 1km는 평소보다 20~30초 느리게 시작한다
- 옆 사람과 대화 가능한 속도를 유지한다
- 숨이 차면 1분 정도 걷다가 다시 뛴다
- 스마트워치로 각 구간 페이스를 기록하고 분석한다
제가 이 원칙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달리기가 정말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10분을 못 버텼는데, 이제는 30분 이상 편하게 달릴 수 있게 됐거든요. 특히 스트라바(Strava) 같은 러닝 앱을 쓰면 각 킬로미터마다 페이스를 음성으로 알려줘서, 제가 너무 빨리 가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느리게 달리는 게 오히려 장거리를 더 잘 달리게 만들더라고요. 빨리 달리려는 욕심을 버리고 나니, 달리기 자체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주변 경치도 보이고, 생각도 정리되고, 그제야 달리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동기부여와 실전 적용으로 습관을 만듭니다
러닝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즐겁지 않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운동 강도가 제 즐거움과 균형을 이룰 때 운동하는 횟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하다 보면 분명히 즐겁지 않은 시기가 옵니다. 그럴 때 저는 나만의 동기부여를 만들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달리기 대회가 아니라, 좋아하는 가수가 주최하는 기금 모금 마라톤이라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저는 작년에 가수 션이 주최하는 어린이 암 환자를 돕는 5km 자선 러닝에 참가했는데, 그 경험이 제 러닝 생활에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내 몸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 빨리 캐치하는 겁니다. 제 몸이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내는데 제가 못 느끼고 억지로 달리면, 짜증·자존감 하락·불안 같은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이건 운동이 주는 스트레스가 회복 능력을 초과했다는 신호입니다. 달리기는 도파민(Dopamine)을 분비시켜 행복감을 주는데, 여기서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동기부여와 보상 시스템을 담당합니다.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달려도 즐겁지 않습니다.
나만의 도파민 찾기를 해보세요. 저는 달리기 전에 좋아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듣습니다. 빠른 템포의 힙합이나 테크노 음악을 들으면, 평소엔 안 듣는 장르인데도 달릴 때는 엄청난 에너지를 줍니다. 또 최근에 봤던 멋진 러닝 영상이나 사진을 떠올리거나, 달리는 동안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미리 상상해 봅니다.
운동을 출석 체크하듯 참가하는 마음가짐은 러닝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무조건 즐겨야 합니다. 노력하세요. 노력해서 안 될 게 없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당신만의 즐기는 방법을 찾으세요. 의지가 약해 혼자 못하겠으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러닝 크루에 가입하거나, 친구와 함께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솔직히 꾸준함에 대한 환상을 버렸습니다. 김종국이 아닌 이상 어떻게 사람이 매일 꾸준할 수 있겠습니까? 주위에는 맛있는 음식, 편한 소파, 재미있는 영상 등 수많은 유혹이 도처에 널려 있고, 나태해지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그러면 운동에서 멀어지고, 하기 싫어지고, 나아가 운동이 즐겁지 않은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그럴 땐 억지로 하는 것보다 그냥 놓아두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놓아봐야 그때 그 즐거움의 소중함을 알게 되니까요. 저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는 주의입니다. 아니면 다른 걸 해보세요. 러닝이 당신에게 안 맞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운동의 종류는 많습니다. 굳이 즐겁지 않은 러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러닝이 재미없으면 가끔 자전거를 탑니다. 타다 보면 어느새 러닝이 그립더라고요.
결국 러닝을 즐기는 법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강도와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호흡 역치를 이해하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나만의 동기부여 방법을 개발하다 보면 어느새 달리기가 즐거워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천천히, 즐겁게 달려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psyche.co/guides/how-to-enjoy-running-and-actually-look-forward-to-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