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때 제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오다리에 팔자걸음이었던 제가 뛰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습니다.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입기 싫을 정도로 콤플렉스였던 제 다리가 러닝을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저를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러닝 드릴 훈련을 시작한 후, 신기하게도 뛰는 자세가 부드러워지고 기록도 향상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러닝 실력은 타고난 재능이 좌우한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체계적인 드릴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러닝 드릴이 자세를 바꾸는 이유
많은 러너들이 단순히 많이 뛰면 실력이 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러닝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은, 드릴 훈련이 신경근육 훈련(neuromuscular training)의 일종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신경근육 훈련이란 뇌와 근육 사이에 새로운 신호 체계를 만들어 움직임을 자동화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제 경우 오다리와 팔자걸음 때문에 뒤뚱거리며 뛰었는데, 이건 단순히 다리 모양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움직임 패턴이 몸에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러닝 드리은 이런 잘못된 패턴을 새로운 패턴으로 덮어쓰는 작업이었습니다. 가위 동작이나 스킵 같은 드릴을 반복하면서 햄스트링과 둔근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몸에 익혔고, 몇 주 만에 확실히 달라진 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엘리트 러너와 아마추어 러너의 가장 큰 차이는 지면 접촉 시간(ground contact time)입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엘리트 선수들은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이 0.1~0.2초에 불과한 반면, 일반 러너들은 그보다 훨씬 깁니다. 지면 접촉 시간이란 발이 지면에 닿았다가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이 시간이 짧을수록 에너지 손실이 적고 효율적인 달리기가 가능합니다. 드릴 훈련의 핵심 목표가 바로 이 접촉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짧은 접촉 시간에 최대 에너지를 쏟는 법
제가 러닝 드릴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포인트는 딱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지면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것. 둘째, 그 짧은 순간에 최대의 에너지를 발산할 것. 처음엔 이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땅을 차면서 동시에 강하게 밀어낸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위 동작과 스킵 훈련을 반복하면서 감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가위 동작에서는 발을 빠르게 지면에 찍듯이 내리고 즉시 튕겨 올리는 연습을 합니다. 이때 햄스트링을 제대로 사용하는 느낌을 익히게 됩니다. 햄스트링이란 허벅지 뒤쪽 근육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만드는 핵심 근육입니다. 저처럼 앉은 자세로 뛰는 러너들은 대부분 햄스트링과 둔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킵 훈련은 탄성 에너지(elastic energy) 활용법을 배우는 데 최고였습니다. 탄성 에너지란 발목과 무릎 주변 힘줄에 저장되었다가 방출되는 반발력을 의미합니다. 마치 용수철처럼 눌렸다가 튕겨 나가는 원리입니다. 처음엔 그냥 힘으로 점프하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하면 힘을 크게 쓰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튀어 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엘리트 러너들이 시속 3분대로 뛰면서도 여유로워 보이는 비결입니다.
효과적인 드릴 훈련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엉덩이를 높게 유지하고 상체를 곧게 세울 것
-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즉시 튕겨 올릴 것
- 햄스트링과 둔근을 의식적으로 사용할 것
- 힘줄의 반발력을 최대한 활용할 것
반복 훈련이 만든 변화
일반적으로 운동 재능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제 다리를 보면서 '나는 평생 제대로 못 뛰겠구나'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체계적인 훈련을 해보니, 재능보다 훈련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몇 주간은 주 3회, 매번 15분씩 드릴 훈련을 했습니다. 가위 동작으로 시작해서 스킵, 홉핑, 바운딩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언덕 스프린트는 체력이 어느 정도 받쳐준 뒤에 추가했습니다. 언덕 스프린트는 경사가 자연스럽게 바른 자세를 유도하기 때문에 자세 교정에 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평지에서는 여전히 팔자걸음이 나오는데, 언덕에서는 신기하게도 제대로 된 자세가 나왔습니다.
한 달쯤 지나니까 달리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힘들게 땅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땅을 가볍게 툭툭 찍으면서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10km 기록도 처음보다 5분 가까이 단축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뛰는 모습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김종국이 하루아침에 그런 몸을 만든 게 아니듯이, 러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년간의 반복적인 훈련이 완벽한 움직임을 만듭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운동 기술 습득에는 평균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저도 3개월쯤 지나니 드릴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고,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올바른 자세가 나왔습니다.
반복된 훈련은 어느 순간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놓습니다. 저처럼 오다리에 팔자걸음인 사람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열심히 훈련한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는 말, 저는 이제 확신합니다.
참고: https://www.kenya-camp.com/post/drills-are-the-secret-sauce-behind-effortless-efficient-ru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