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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적정 페이스 (오버페이스, 임계 속도, 타임 트라이얼)

by 러닝 고래 2026. 5. 4.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저는 무조건 빠르게 뛰는 게 운동 효과가 크다고 믿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야 제대로 운동한 것 같았고, 얼굴이 빨개져야 열심히 한 것 같았습니다. 그 믿음이 결국 일주일 만에 무릎과 발목을 망가뜨렸습니다. 오버페이스가 왜 문제인지, 그리고 내 몸에 맞는 속도를 어떻게 찾는지, 직접 겪고 나서야 알게 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빠를수록 좋다는 착각이 부른 오버페이스

100일 달리기 챌린지를 시작하던 첫 주, 저는 1km를 5분 초반대 속도로 내달렸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속도계 숫자에 집착했던 습관 그대로, 달리기에서도 빠른 숫자가 곧 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달리기는 자전거와 달리 페달이 없습니다. 몸 전체로 버텨야 합니다.

러닝 커뮤니티에는 1km 페이스와 월간 누적 거리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 분위기가 나쁜 건 아닌데, 막 시작한 러너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몸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속도부터 욕심냈고, 결국 달리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스포츠 과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강도 장거리 훈련, 이른바 LSD(Long Slow Distance) 방식이 심폐 기능과 지방 연소 효율을 높이는 데 고강도 단거리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도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스포츠의학회). 빠르게 달려야 운동이 된다는 믿음이 얼마나 역방향이었는지, 당시의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임계 속도가 뭔지 알고 나서 달라진 것

오버페이스를 반복하다가 처음 만난 개념이 임계 속도(threshold pace)였습니다. 여기서 임계 속도란 젖산 생성과 제거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를 말합니다. 흔히 젖산 역치 속도 또는 무산소 역치 속도라고도 부릅니다.

조금 더 파고들면 젖산 역치는 LT1과 LT2 두 가지로 나뉩니다. LT1(유산소 역치)은 혈중 젖산 수치가 안정 시보다 올라가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LT2(무산소 역치)는 신체가 젖산을 제거하는 속도보다 생성 속도가 빨라지는 시점입니다. 임계 속도 훈련은 LT2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구간에서 꾸준히 훈련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강화되고 유산소 효소 활동이 늘어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속도로 달려도 몸이 덜 힘들어지는 상태가 됩니다.

제가 처음 임계 속도 훈련을 이해하게 된 건 토크 테스트(talk test) 덕분이었습니다. 토크 테스트란 달리는 도중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는지 여부로 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방법입니다. 직접 해봤더니 5분 초반대 페이스로 달릴 때 저는 단어 하나도 뱉지 못했습니다. 이미 LT2를 훌쩍 넘어선 상태였던 겁니다.

임계 속도 훈련은 주 1~2회 정도가 적당하고, 체감 강도로는 10점 만점에 7~8점 수준을 목표로 합니다. 레이스 상황에서 45~60분 정도 유지할 수 있는 강도, 대략 10km 레이스 페이스와 하프 마라톤 페이스 사이 정도입니다. 임계점을 훨씬 넘어서는 VO₂max 훈련과는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VO₂max란 최대 산소 섭취량으로, 신체가 운동 중 소비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치를 뜻합니다. 고강도 인터벌(HIIT) 훈련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임계 속도 훈련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몸이 회복을 유지하면서 강한 자극을 받는 구간입니다.

30분 타임 트라이얼로 내 페이스 찾기

제 페이스를 제대로 찾게 된 건 30분 타임 트라이얼을 직접 해보면서부터입니다. 타임 트라이얼이란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린 뒤 평균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실험실에서 혈중 젖산 수치를 구간별로 측정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지만, 일반 러너에게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30분 타임 트라이얼은 그 대안 중 가장 신뢰도가 높습니다.

2025년 핀란드에서 발표된 연구에서 일반 러너 165명을 대상으로 젖산 역치 추정 방법들을 비교한 결과, 속도 기반 추정이 최대 심박수나 자각적 운동 강도(RPE) 기반 추정보다 오차 범위가 가장 작았습니다. RPE(Rating of Perceived Exertion)란 운동 중 본인이 느끼는 힘든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는 주관적 지표입니다. 이 지표는 수면 상태, 날씨,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같은 페이스에서도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임계 속도 설정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출처: Runners World).

타임 트라이얼 방식은 단순합니다. 10~20분 가볍게 조깅으로 워밍업하고 스트라이드를 다섯 번 정도 넣은 다음, 평지나 트랙에서 30분 동안 유지 가능한 최대 속도로 달립니다. 처음 5분은 조금 아껴서 들어가고, 그 이후 30분 평균 속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제가 처음 해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임 트라이얼 직후 "말은 못 하겠지만 완전히 탈진하지는 않은" 상태가 이상적인 강도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마지막 5분에 에너지를 쏟아내되, 끝나고 쓰러지는 정도면 이미 오버입니다.

Zone 2와 "내일도 뛸 수 있겠다"는 기준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하기 시작한 건 페이스를 7분대로 낮춘 직후였습니다. Zone 2란 최대 심박수의 60~70% 구간을 말합니다. 이 구간에서는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증가하고 지방 산화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0세 기준 최대 심박수 160회 60~70%면 분당 96~112회 정도인데, 처음에는 이 숫자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게 어색하고 너무 느린 것 같았습니다.

두 달쯤 꾸준히 하고 나니 같은 거리를 달리는데 심박수가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같은 속도인데 몸이 덜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게 바로 임계 속도 훈련과 Zone 2 훈련이 쌓이면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젖산 제거 능력이 올라가고, 유산소 효소 활동이 늘어나는 겁니다.

저는 그즈음 스스로 기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달리고 나서 1~2km를 더 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렇다면 적정 페이스, 절대 못 뛰겠다 싶으면 오버페이스입니다. 단순한 기준인데 실제로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이 기준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침대 밖으로 나오기 힘들던 아침이 사라졌습니다. 전날 달리기가 회복 가능한 자극이 됐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내일도 달릴 수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게 먼저입니다. 저도 속도를 낮추고 나서 오히려 한 번에 더 오래, 더 꾸준히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30분 타임 트라이얼 한 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타임 트라이얼을 해보고 나서야 내 몸이 어디쯤 있는지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느낌으로 달렸는데, 숫자가 생기니까 훈련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training/a71185482/how-to-find-threshold-pace-at-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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