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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달리기 하면 원래 물집 생기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근데 대회 2주 전 발가락 물집이 터지면서 살이 벗겨졌고, 그 상태로 10km를 달렸더니 피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물집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물집이 왜 생기는지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물집은 피부 마찰이 반복될 때 피부 표피와 진피 사이에 체액이 차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달리기에서 물집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가 발가락과 발뒤꿈치인데, 이 부위는 신발 안쪽과 마찰이 집중되는 곳입니다.
물집의 원인이 단순히 신발 사이즈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더 복잡했습니다. 습기가 큰 변수였습니다. 달리는 동안 발에서 땀이 나면서 피부가 촉촉해지는데, 젖은 피부는 건조한 피부보다 마찰에 훨씬 취약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습한 조건에서의 마찰 계수가 건조한 조건보다 최대 4배 높아진다고 합니다(출처: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장거리를 달릴수록 발이 더 많이 땀을 흘리고, 그만큼 물집 위험이 커집니다.
양말도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였습니다. 면 소재 양말은 땀을 흡수하면 젖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데, 이게 마찰을 더 악화시킵니다. 반면 쿨맥스나 메리노울 같은 기능성 소재는 땀을 빠르게 외부로 배출해서 피부가 건조하게 유지됩니다.
신발 끈을 너무 느슨하게 묶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발이 신발 안에서 앞뒤로 움직이면서 발가락이 신발 앞쪽에 반복적으로 부딪혔습니다. 내리막을 달릴 때마다 발가락이 신발 앞부분에 충격을 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걸 무시한 게 물집으로 이어졌습니다.
양말을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들
처음으로 러닝 전용 양말을 사봤습니다. 기존에 신던 일반 면 양말에서 쿨맥스 소재 러닝 양말로 바꿨는데, 효과가 바로 느껴졌습니다. 10km를 달리고 나서 발을 확인했는데 이전보다 훨씬 건조했어요. 물집이 자주 생기던 새끼발가락 쪽도 자극이 줄었습니다.
양말의 두께도 중요했습니다. 너무 얇으면 보호 기능이 약하고, 너무 두꺼우면 신발 안이 꽉 차서 오히려 압박이 생깁니다. 발가락 부분이 살짝 패딩되어 있는 중간 두께 제품이 저한테는 가장 맞았습니다.
양말 길이도 신경 쓰게 됐습니다. 발목 양말을 신다가 신발 뒤쪽과 발뒤꿈치 사이에 마찰이 생긴 경험이 있었습니다. 양말이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맨살이 신발에 직접 닿은 거였어요. 그 이후로 발목보다 조금 더 올라오는 쿼터 삭스로 바꿨습니다.

신발 끈 묶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물집의 두 번째 원인이 신발 끈이었습니다. 발이 신발 안에서 앞뒤로 움직이지 않도록 끈을 조금 더 단단하게 묶되, 발등이 눌리지 않는 정도를 찾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러너들 사이에서 유명한 방법 중 힐 락 기법이 있습니다. 신발 끈을 맬 때 맨 위 두 번째 구멍에 끈을 교차시켜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에 반대편 끈을 통과시켜 묶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발뒤꿈치가 신발 안에서 훨씬 안정적으로 고정됩니다. 처음 해봤을 때 발이 신발에 락 인 되는 느낌이 달랐어요. 내리막에서 발가락이 앞부분에 부딪히는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발가락 부분은 반대로 여유를 줬습니다. 신발 끝과 가장 긴 발가락 사이에 1cm 정도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저는 그 공간이 부족한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장거리를 달리면 발이 약간 붓는데, 그 상태에서 공간이 없으면 발가락이 계속 눌립니다.
물집이 생겼을 때 대처법
예방을 해도 가끔 물집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직접 겪으면서 배웠습니다.
작은 물집은 건드리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물집 안의 체액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흡수됩니다. 큰 물집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소독한 바늘로 옆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체액만 빼고 피부는 남겨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피부를 완전히 뜯어내면 그 부위가 더 쉽게 자극받기 때문입니다.
물집 부위에는 달리기 전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찰을 줄여줘서 달리는 동안 추가 자극을 막아줍니다.
마라톤 대회 때는 반드시 대회 전에 신던 신발과 양말 조합으로 달립니다. 대회 날 처음 신는 장비를 쓰면 발이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거리를 달리게 되고, 그게 물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물집 하나가 대회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걸 직접 겪고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장거리 훈련 때마다 발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상처가 심하거나 감염 우려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runnersworld.com/health-injuries/a20852033/running-blisters/